‘트렌드세터’따라 달리기에 발들인 젊은 러닝인구 급증
운동에도 트렌드가 있다. 피트니스 열풍이 불어 한 블록 건너 한 블록에 헬스장이 생기던 시절도 있었고 여성들 사이에서는 요가, 필라테스 등의 고상한 스포츠가 붐이 일던 시기도 있었다. 최근에는 크로스핏, 스피닝 등 강한 근력을 요하는 종목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반해 ‘러닝’ 즉 달리기는 유행이라 하기엔 일상과 매우 가까운 운동지만, 최근 1~2년 새 달리기를 즐기는 방식과 인구성향, 관련시장은 급격한 트렌드의 변화를 맞았다.
패션계와의 조우를 시작한 러닝은 보다 젊고 스타일리시한 운동종목으로 거듭났다. 국내외 스타, 유명 파워블로거들이 러닝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늘씬한 몸매와 감각적인 러닝 패션을 선보이며 달리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동네 주변을 거리낌 없이 달릴 수 있는 일상 속 러닝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던 우리나라에서도 달리기의 캐주얼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거주가 많은 이태원에서는 일반 도로를 달리는 광경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한강 주변의 러닝 인구도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층이 크게 급증하고 있으며,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생활반경에서의 스포츠를 즐기면서 시티러닝, 아니트런, 나포츠, 스마트러닝 등 일상화된 러닝 문화를 반영하는 신조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러닝 화보와 단축마라톤 레이스로 직간접 참여 유도
스포츠 브랜드들은 이러한 추세를 지나치지 않고 몇 년 전부터 관련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효과를 보고 있다.
「아디다스」에서는 최근 스타들의 러닝화보와 바이럴 영상을 공개해 이슈가 되었다. 매거진 ‘하이컷’을 통해 박민우, 오연서, 임슬옹, 혜리 등 4인 4색의 매력을 발산한 화보를 공개, 아침, 점심, 저녁, 야간으로 시간 배경을 달리해 「아디다스」 러닝 아이템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한편 시스타 보라는 「아디다스」의 ‘부스트 러닝화’를 홍보하는 바이럴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패셔너블한 제품 착장과 건강미가 돋보이는 영상을 통해 보는이로 하여금 지금 당장 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이처럼 「아디다스」는 스타일리시한 러닝 광고를 대중에 지속 노출함으로써 달리기를 하면 이미지 속 스타들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갖게 될 것이라는 잠재적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한편 2008년 「나이키」 ‘휴먼레이스’를 시작으로 매 시즌 매진행렬을 기록하고 있는 여러 스포츠브랜드의 단축마라톤 대회는 직접적인 참여를 통한 러닝 인구 증가에 크게 한몫하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 26일 진행한 ‘위런서울(We Run Seoul)’ 외에도 여자 참가자들만을 모집해 실시하는 우먼레이스 행사를 별도 개최하고 있다. 「아디다스」 「푸마」 「데상트」 등 다수의 브랜드에서 단축마라톤 레이스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그 동안 컬러런, 하우스러닝 등 개성을 살린 레이스를 전개해온 「뉴발란스」에서는 지난 18일 레이스 거리를 대폭 늘려 ‘NB하프마라톤-챌린지런’ 행사를 진행했다.
달리기, 지루한 운동→즐거운 놀이로, 업계 매출 효과도 톡톡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8명 불과 2만 명이던 단축마라톤 인구는 현재 10만 명에 가깝게 증가했으며 젊은 층과 여성 참여 비중 역시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40~50대의 중년층이 즐기던 마라톤 대회가 젊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단축마라톤 프로그램은 일정금액의 참가비만 지불하면 레이스에 관련한 브랜드 제품을 증정하거나 달리기에 필요한 준비물을 미리 마련해주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없다. 게다가 레이스 중간에는 인기가수의 콘서트나 DJ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사후 애프터 파티까지 준비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달리기를 지루한 운동으로 여기기보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인식을 전환하고 있다. 또한 각 행사마다 셀러브리티를 초청함으로써 대회의 홍보효과를 누림과 동시에 달리기가 패셔너블한 운동으로 대중에 각인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마라톤 대회 전후에는 평균 매출이 두 자릿수까지 급증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축마라톤 행사는 달리기 인구 증가 유도는 물론, 브랜드 및 프로그램 홍보에 매출신장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세 마리 토끼를 다잡는 마케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불어 러닝 관련 아이템은 기능성 제품이 대부분이라 판매가도 상당하기 때문에 업계는 높은 매출 효과를 보고 있다.
러닝 트레이닝 & 어플 통해 체계적인 코칭 프로그램 제공
한편 한시적인 스포츠이벤트로 시작된 러닝 레이스는 근래에는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전문성을 높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단축마라톤으로 달리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었다면 이제는 보다 심도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달리기의 일상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나이키」의 ‘트레이닝런’, 「뉴발란스」의 ‘에너지런’ 등은 매주 또는 매달 일정 요일과 시간에 정해진 도심코스를 달리는 프로그램으로, 시즌별로 신청자 접수를 받고 전문 트레이너를 통해 체계적인 러닝 코치를 제공하며 프로그램 진행시 대여화를 제공하고 일정횟수 이상 참여시에는 제품을 증정하는 등의 혜택을 통해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달린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고 개인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이른바 ‘스마트러너’들을 겨냥한 어플리케이션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 플러스’, ‘아디다스 마이코치’ 등은 GPS 기능과 음악, 오디오를 통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시각화된 지도로 달린 경로를 기록할 수 있고 축적 기록의 비교는 물론 전문 트레이닝까지 받을 수 있는 체계화된 러닝 앱으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일반 복종, SPA에서도 스포츠 라인 출시 이어져
한편 스포츠 브랜드뿐만 아니라 일반 복종에서도 스포츠 라인 출시를 강화하고 있다. 기능성과 패션성을 적절히 가미해 운동 중에도 스타일을 챙기는 젊은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활동성과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았던 데님 시장에도 러닝과 관련한 제품 출시가 늘고 있다. 「트루릴리전」에서는 이번 가을 시즌부터 액티브 데님 웨어 ‘더 러너(The Runner)’ 라인을 론칭했다. 니트 소재와 데님을 결합한 신소재를 활용한 조그진 스타일로 패션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선보였다. 「지오지아」에서는 ‘벨로(Velo)’ 라인을 출시, 후드짚업, 트랙탑, 저지 팬츠 등을 선보여 운동 중에도 시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는 프리미엄 스포츠 룩을 제안했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와 「H&M」은 각각 ‘헬무트 랭’과 ‘알렉산더 왕’과의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출시하며 저지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한 스웨트 제품들을 선보였다.
웨어러블 기기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 달리는 동안 거리, 페이스, 시간 및 칼로리 연소 등을 체크해 간편하게 디스플레이로 확인할 수 있는 스포츠 밴드의 출시도 늘고 있으며, 나이트러너들을 위해 야광 및 LED 소재를 적용한 스마트 아이템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