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브랜드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야구에 주목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남아공 월드컵으로 한바탕 스포츠 마케팅 전쟁을 치렀던 패션 업계의 관심이 이제 야구로 옮겨지고 있다.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월드컵 폐막 직후 야구 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야구 용품 매출이 월드컵 기간 대비 2배 이상 치솟았으며 야구 관련 검색건수도 그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프로야구가 무서운 흥행질주를 이어가면서 야구 열풍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연예인 야구단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가 인기를 끌면서 야구가 새로운 국민 스포츠로 부상했다. 패션에서는 올해 초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야구를 모티브로 한 무대 의상을 입고 나온 이후 야구 점퍼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시작됐다. 특히 캐주얼 브랜드들에게 야구는 상품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야구 문화를 내세운 F&F(대표 김창수)의 컬쳐 캐주얼 브랜드 「MLB」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며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추신수와 박찬호가 소속된 메이저리그 팀의 모자 매출이 높은 신장을 보였다. 야구를 즐기는 저변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MLB」는 올 상반기 「MLB 키즈」를 런칭해 「MLB」 고유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신규 고객들을 창출하고 있다.

세정과 미래(대표 박아라)의 「NII」는 한국프로야구 관중동원 1, 2위 팀인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두 팀의 홈 경기장인 인천문학경기장과 부산사직 경기장의 전광판에는 경기 중 「NII」 CF가 상영되고 있으며, 인천문학경기장에서는 팬스 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NII」 타임에는 「NII」 제품을 입은 치어리더들이 티셔츠를 경품으로 나눠주기도 한다.

예신피제이(대표 박상돈)의 「마루」는 프로야구 시즌을 맞이해 ‘스페셜 베이스볼 세트’를 출시했다. ‘스페셜 베이스볼 세트’는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티셔츠와 모자를 세트로 구성한 것으로, 티셔츠는 캐주얼한 타이포 프린트와 야구공 와펜의 로고 자수를 왼쪽 소매에 부착해 스타일리시함을 강조했으며, 모자 또한 깔끔하고 스포티한 자수로 개성있는 포인트를 더했다. 이 세트는 4가지 컬러로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스포츠 제품 업체 스포팅21은 지난 6월 롯데자이언츠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티셔츠, 모자, 유니폼, 점퍼 등을 출시했다. 출시된 제품들은 팀 로고와 캐릭터를 모티브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어 야구장에서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착용이 가능하다. 스포츠 팬을 위한 마니아 상품이라기보다는 야구팀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재탄생된 셈이다.

야구의 영감은 캐주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은 2010 S/S 컬렉션에서 클래식 스포티즘을 컨셉트로 맨투맨 티셔츠와 야구점퍼 등을 응용한 럭셔리 스포티즘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열풍은 이어져 「자라」와 「H&M」 등 SPA 브랜드와 「커밍스텝」 「르윗」 등 컨템포러리한 감성을 추구하는 여성 영 캐주얼 브랜드들도 야구 점퍼와 맨투맨 티셔츠 등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동안 캐주얼을 대표했던 스트리트 아이템들이 유니크한 감성을 추구하는 여성 패션의 트렌디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야구는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지닌 스포츠로 새로운 브랜드 문화와 스토리를 찾고 있는 패션 브랜드에게는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대중적 감성을 도모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모티브다. 따라서 야구의 인기가 지속되는 한 패션 업체들의 야구 사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영>